어스름한 바닷가에 젊은 여자 하나가 앉아있고..
그 옆에 나이들어 보이는 늙은 여자가 또 앉아있습니다.
젊은 여자는 무섭다며 울고.. 늙은 여자는 무서워 하지 말라며 으르고 달랩니다.
대무(大巫) 와 이제 막 무당이 되려는 두 여인의 뻐근한 삶의 이야기..

이창재 감독의 2006년작 "사이에서" 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주변사람들의 앞날이 보이고 이유없이 몸이 아프다며..
대무 이해경에게 28살의 인혜라는 젊은여자가 찾아왔습니다.
스물여덟... 젊은 나이에 이제는 신과 인간의 중간자로서만 살아가야 하는 인혜..
그녀의 삶이 참 안타깝네요.. 시집도 못가봤는데..

안타깝고 안쓰럽고 하지만 어쩔수 없는 대무 이해경..
신내림 굿을 하고 데리고 살며 신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공부를 시키지만..
젊은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워 보입니다. 

인혜의 맘을 알기에 다그치기만 할 수도 없는 대무 이해경..

달래보기도 하고 스스로 눈물도 보이지만.. 정말 어쩔 수 없습니다.
결국.. 작두에 오르는 인혜..
포기한듯한 그녀의 한마디..

"그래.. 맘껏 부려먹어라!!"

이후 대무 이해경을 도와 굿을 하던도중..
죽은 사람의 혼을 몸에 싣고 무서워하며 울던 그녀의 모습에 울컥해지기도 합니다. 

무당의 애환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사람들이 무당을 인정하던 인정하지 않던 그들은 신을 모시고..
인간과 신의 중간자로써 그들 개인의 삶을 버리고 살아갑니다.

맘이 편치 않네요..


그냥 어떻게 무당이 되는지 또 어떻게 무당으로 사는지..
담담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실제로 신이 존재하던 존재하지 않던..
그녀들의 삶에 신은 이미 존재하고 그들이 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Posted by 리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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